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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7)] 이현진
청년문화포럼 조회수:496
2018-12-28 14:50:51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백수를 좋아한다는 한 청년이 있다. 단순히 놀고먹겠다는 의미의 백수가 아니다. 현실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끝없는 사색을 통해 나다움을 추구하며 주체적인 삶을 살겠다는 각오라고 본다. 오늘날 사회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청년 '이현진' 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현진 님이 말한 '나다움'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왕십리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평소 사색하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청년 '이현진'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제 백수가 된 이현진이라고 합니다."

 

백수라니 굉장히 심플하네요.

저를 지금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 같아요. 뭘 해도 용서받고, 눈초리 받는 그런 사람이죠. 사실 저는 백수라는 단어를 좋아한답니다(웃음). 보통 '백수'라 하면 사회적으로 도태된듯한 느낌을 받잖아요. 원래 저도 그랬는데 고미숙 작가님의 <백수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세바시 강연을 보고 변했어요. '왜 정해진 직업을 찾아야만 하는가'라는 내용이었거든요. 그분도 스스로 직업 이름을 붙여주면 어떤가 생각하셔서 고전평론가라는 네이밍을 직접 붙이셨대요. 그러면서 '그리스 때부터 일만 하는 건 노예였고, 광장으로 나와 이야기하고 사유하던 사람들이 바로 백수이자 철학가들이었다'라고 되게 유쾌하게 말씀하세요. 거기에 저도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공감할 수 있어서 백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백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준 강연이었던 거 같아요."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현실 문제도 있을 텐데 백수의 삶을 언제까지 유지하실 예정인가요.

"저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백수의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의 삶을 보면 모든 게 치열하잖아요. 일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일을 찾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분위기만 보더라도요. 요새는 토익 학원 가면 4~50대 되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아니면 임원 승진하려고 급하게 대학원 가시는 분들도 많고요. 이런 걸 보면서 저는 '일하지 않는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사유하는 시간, 백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굉장히 이상적이면서 어쩌면 안일하다고 보실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도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사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여기서의 백수는 곧 사유하는 시간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평소에 사색을 좋아하시나 봐요.

"맞아요. 평소 생각하는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고, 친구들과 대화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친구들과 어떤 대화를 하는 걸 좋아하세요.

"사적인 대화 말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요. 제가 사회심리학과를 복수전공 중이라 사회학 수업을 몇 개 듣거든요. 기억에 남는 게 항상 교수님께서 마이크를 학생들에게 알아서 돌리라고 넘겨주세요.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무언가를 말하면, 그 발언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거예요. 교수님은 일체 개입 안 하시고 온전히 학생들만의 시간을 가지는 거죠. 이걸 친구들과 해보면 좋을 거 같아서 다양한 주제로 친구들과도 토론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인상 깊었던 주제 하나만 꼽아보자면.

"4차 산업혁명 관련한 이야기가 떠올라요. 제가 문과라 기술적이거나 과학적인 내용은 나서서 공부하지 않는 한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서로 궁금했던걸 토론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까지 떠올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 무렵 KT 기지국이 불타면서 재난 수준으로 사람들이 힘들어했어요. 그걸 보면서 '아, 이게 4차 산업혁명의 미래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기술이 꼭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이런 식의 이분법적으로 나뉠 거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어찌 됐건 기술의 이면에 이러한 상황을 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4차 산업혁명이 과연 꼭 유토피아를 불러올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자본주의가 세상을 주무르지만 곧 기술이 그걸 전복할 시대가 오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주로 나눴어요. 그게 비트코인으로 넘어가서 교육까지 이어졌고요. 결론은 문/이과 방식이 잘못됐다는 이야기였어요. 문과는 과학을 배제당하고, 이과는 사회 관련된 걸 배제당하기 쉬우니까요. 그러다 보면 항상 토론이 끝날 땐 문/이과를 통폐합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마무리돼요(웃음)."

 


ⓒ 현진님은 사진찍기와 여행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살면서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나요.

"우선 경험부터 말씀드리면 인액터스라는 대외활동이었어요. 대학생 사회적기업 연합단체 느낌인데, 이 활동 이후로 '제3섹터' 분야에 관심 가지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자리를 맡아서 깨져보기도 하고, 속상해서 울어보기도 했어요. 저에게 NGO, 비영리,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대외활동이라고 생각해요. 삶에 영향을 주신 분은 저희 대학 사회심리학과 교수님이에요. '이게 진짜 대학교다'라는 느낌을 받게 해 주신 분이에요. 제 생각을 어떻게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 알려주셨고 세상을 사회적 약자 편으로 볼 수 있는 방법도 깨닫게 해 주셨어요. 아마 교수님은 잘 모르실 텐데 속으로는 굉장히 존경하고 있어요(웃음)."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NGO를 삐딱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래서 요새 '어떤 식으로 이러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안 하는 거 같아요. 사실 처음엔 저도 그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났어요. '왜 저런 소리를 하지? 나를 비하하려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었지요. 이게 변한 계기가 학교 과제로 제3섹터에 대한 주제를 다룬 적이 있거든요. 이때 발표를 들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비영리에 대한 기초개념은 이해하고 있다 생각해서, 그 길에 대한 장애물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발표가 끝나고 몇 분이 '비영리를 정말 잘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되었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걸 들으면서 '아, 제3섹터가 생각보다 일반인들과 떨어져 있구나'라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앞에 말씀드린 대로 '어떻게 이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를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공감합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꼰대와 엘리트주의를 논하며 "감히 나를 계몽시키려는 거냐"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 같아요.

"확실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내가 가진 생각인데 니가 뭔데 바꿔' 이럴 수 있으니까요. 제 의도는 계몽보다는 바로 잡고 싶다는 느낌이에요. 적어도 확실히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 만큼은요. 예를 들면 제3섹터가 돈을 못 받고 일하는 경우도 많지만 봉사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봉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적어도 이런 건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이게 계몽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어쩔 수 없겠지요. 그리고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저는 기본적으로 '가진 자는 베풀어야 한다'라고 생각해요. 돈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요. 모든 분야의 접근성이 높다는 건 상대적으로 낮은 곳도 존재한다는 의미잖아요. 제가 엄청난 엘리트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좋고 편안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니 뒤를 돌아볼 의무도 있다는 뜻이에요. 분명한 것은 좋은 대학에 들어간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접근성에 위치한 사람들이고, 결국 그들은 손을 내밀 이유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엘리트주의나 선민의식으로 보일 수 있고,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건 변함없는 진리인 거 같아요."

 

오늘날 청년이 불행하다고 하는 이유가 정말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뭐가 있을까요.

"결국 모든 원인이 '돈'으로 이어지는 거 같아요. 일자리를 못 얻는 것도, 스트레스를 '소비하는 문화'로 해소하려는 것도 돈으로 이어지잖아요. 그러다 보니 요새는 '돈이 없으면 스트레스도 제대로 풀지 못한다'는 웃지 못할 말도 있어요.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걸 보면 결국 모든 게 자본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어요. 굉장히 거시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그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보는 거죠."

 

그럼 미시적으로 봤을 때 본인은 지금 행복하신지.

"사실 저는 딱히 행복하고 싶지도 않고 불행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저 저대로 살고 싶어요. 행복하다는 것도 어느 순간 강박이 된 거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 안부를 묻기 위해 보통 밥 먹었는지 묻잖아요. 그런데 요새 보면 '행복하니?'라는 질문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럼 만약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불행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행복하지는 않지만 딱히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지금 행복한 가에 대해 굳이 생각해보려 하지 않아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웃음)."

 


ⓒ 번지점프도 굉장히 짜릿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자기다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는 '나다움'을 정체성으로 치환할 수 있다면, 그 정체성에 대해서 '이름, 나이, 성별, 친구, 가족관계까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순간' 그게 나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개명을 했는데, 직접 이름을 선택을 하면서 나다움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땐 어렸으니까 지금처럼 생각을 하진 못했는데 뭐가 나에게 조금 더 어울릴까라는 고민은 할 수 있었지요. 그래서 본인과 관련된 모든 것,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고민할 수 있다면 그게 나다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시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다면.

"우선 책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랑, 알베르 카뮈 <이방인>을 추천해요. 특히 <데미안>은 처음으로 제일 좋아하게 된 책이에요. 작가를 추천하고 싶기도 한데 구병모 작가님이라고 청소년 소설을 많이 쓰신 분이에요. 특히 <파과>랑 <아가미>라는 책이 문장이 긴데도 별 어려움 없이 쓰였어요. 읽으면서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쓰지? 정말 좋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들어서 구병모 작가님 책을 다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한 스푼의 시간>을 읽으면서는 오랜만에 울었던 거 같아요.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랑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들을 추천해요. 알폰소 쿠아론 감독 작품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본연의 감정 자체를 끌어내는 편'이라고 하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은유를 엄청 잘해요. 난해한 작품 보면서 머리 뜯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추해요(웃음)."

 

역시 사색을 좋아하시는군요.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일단 '제 안에 있는 공포와 마주하는 것'이에요. 어쩌면 (제3섹터는) 모든 안정성을 뿌리치고 임금도 낮은 곳인데, 그 길로 도전한다는 거에서 저도 정말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걸 내가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 건가' 이런식으로요. 그래서 공포를 마주하는 게 가장 우선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잴게 뭐가 있나? 그냥 부딪쳐보자' 이런 생각이 들어 움직이게 되었어요. 이후부터는 조금 수월했던 거 같아요. 어쨌든 제 안에 존재하는 공포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지요. 사실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 이러한 공포를 마주하고 그 공포와 최소한 합의를 할 수 있다면 다음 단계도 수월하게 밟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멋지십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다 보면 때로는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되는 거 같아요.

"결국 이상주의는 현실에 기반한다고 생각해요. 이상주의에 대한 비판은 대개 '그건 현실에서 불가능해. 현실 좀 돌아보고 얘기해.' 이런 것들이에요. 현실을 보지 않고 목표를 세운다고 보는 거죠. 그렇지만 현실에서 가능하다면 그건 이미 어디선가는 하고 있지 않을까요? 말 그대로 현실에서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이상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현실을 바탕으로 목표를 세운다고 봐요. 그 이유로 오히려 저는 이상주의자들이 참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그냥 '각자의 길에서 같이 가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어찌 됐건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은 각자 다른데 거기에 대고 '너 나랑 이런 거 같이하자' 이럴 순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같이 가는 게 가장 최선이고 최고의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길을 가든 항상 응원할 테니 서로 응원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사회를 바라보고 길을 걷자고 말하고 싶어요."

 

 

<이현진>

-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14학번

- 청년문화포럼 교육위원장

- 인스타그램 @jjjin_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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