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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6)] 박솔바로
청년문화포럼 조회수:540
2018-12-28 14:49:02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는 모습, 한 번쯤 상상해 본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 일본의 안정적인 회사를 하루아침에 관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본인이 원하는 길을 걸어가는 중인 한 청년이 있다. 문화 기획을 하는 지금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는 청년 '박솔바로' 씨가 바로 이번 주인공이다. 안국동 어느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문화를 사랑한다는 청년 '박솔바로'


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성북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박솔바로라고 합니다. 곧 30살이 되고, 내년에는 정릉동에서 '식당 하는 문화기획사' 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어쩌다 문화 기획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대학을 졸업한 게 2016년 2월인데요. 졸업 후 일본의 큰 회사를 갔어요. 거기 가서 나름 안정된 직장을 1년도 채우지 않고 그만뒀습니다. 너무 재미없었어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일부 부품이 되는 기분이 도무지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그게 안정적이고 인정받는 일, 조직 일지 몰라도 저는 그래서 그만뒀어요. 이후 2017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갭이어 기간을 가졌어요. 내가 저 정도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큰 결단을 했으면, 다음에는 더 나은 일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찾아봤어요. 돈 이런 게 아니고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은 거예요. 거기서 만약 성급하게 취업준비를 했다면 같은 게 반복될 거 같았거든요. 프리랜서로 통역도 하고, 도서 번역도 하던 중에 지인분께서 문화재단을 알려주셨어요. 알아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정식 지원하고 들어가게 되었지요. 그래서 문화기획팀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문화 기획자로서 느낀 점이 있나요. 일종의 팁 같은 거도 좋고요.

"우선 공급자 중심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기존 문화 기획은 전부 공급자 중심이었어요. 뭐를 만들어서 공급하고 '소비하거나 향유하세요'가 기존의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일종의 플랫폼 기반이 아닐까 싶어요. 플랫폼이 있으니 직접 참여하시고 공급자가 되시라는 거죠. 그쪽으로 가는 게 지속 가능하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고 저도 동의해요. 왜냐하면 공급자로 존재하는 것이 많은 자원을 소모시키거든요. 즉,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거죠. 지속 가능한 모델을 생각했을 때는 참여자들을 생산자로 만들어 드리는 것이에요."

 

문화를 추상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청년들의 문화를 뭐라고 보시는지? 

"사실 청년과 문화 둘 다 다루기 어려운 말인데 저는 '공유'에 있다고 봐요. 모든 기성세대 분들도 청년이었던 시기가 있지만 그때는 '사유'의 시대였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서로가 공정한 경쟁이나 노력을 통해서 자기 걸로 만드는 시대였다면, 지금의 청년 문화는 자본주의에 조류를 비추어봐도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의 발전은 끝났다 보고 다시 공동체주의라든가 공유 경제로 돌아가는 거죠. 원래 인간이 오랫동안 향유하던 걸로 회귀하는 게 요즘 청년들의 문화가 아닐까 싶어요. 예를 들어 거주, 주거도 요새 많이 공유하죠. 셰어하우스라든가. 몇 십만 원씩 내더라도 트레바리 같은 커뮤니티에 많이들 참여하잖아요. 또 카풀 같은 것도 기술기반이긴 하지만 공유하는 느낌이 많이 나고, 뭔가 많은 것들이 공유되는 게 청년 문화의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VR이라든가 스스로 고립되려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취향을 가진 분들이 한데 모여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지도 궁금하네요." 

 


ⓒ 그가 번역한 책 <곤란한 결혼> / 출처 블로그 


책을 번역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책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현재 3권이 있어요. 하나는 <곤란한 결혼>이라는 책인데요. N포 세대란 말이 있는데 처음 나온 3포가 연애, 결혼, 출산이잖아요. 그중 결혼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일본의 사상가가 쓰신 책인데 프랑스의 구조주의에 기반해서 현대 사회 문제를 해설해주는 책이에요. 두 번째는 <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라는 책인데요. 이건 여장을 하고 다니는 야스토미 아유미 도쿄대 교수님께서 쓰신 책이에요. 남자인데 성전환을 하셨어요. 이 분은 진정한 정체성, 자기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시는 분이에요. 본인이 여성이었다는 걸 50살 때 깨달으셨대요. 폭력을 주제로 다루셨는데 물리적인 게 아닌 모럴 폭력(보이지 않는 폭력)에 대해 다루셨어요. 어린 왕자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들을 규명해놓은 책이고요. 세 번째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트>라는 책인데 저자는 같아요. 엘리트들의 기만적인 화법을 분석한, 언어분석 책이에요. 7년 전 원전사고가 났을 때 원전 마피아들이 어떤 언어를 사용해서 대중을 기만했는지 분석하셨거든요. 하지만 원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엘리트들이 어떻게 기만하는지를 다루신 거예요. 출판사 사장님께서 한국과 일본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셔서 출판해주셨지요."

 

그나마 한국 청년들은 현재 목소리를 많이 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본 청년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지금 제가 일본에 사는 건 아니다 보니 감각이 조금 떨어진 건 있는데, 일본은 장기간에 걸친 경제성장과 평화를 누렸다는 말이 많아요. 벌써 전쟁이 끝난 지 75년 가까이 되었는데요. 일본 사람들은 그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열심히 하면 잘 될 거야, 나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면 다 잘될 거야'라는 믿음이 아직도 깨지지 않은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정치적인 세력을 형성해서 열심히 의견을 표출하는 노력이 아니라, 열심히 저축하는 방식으로 크게 성공한 경험이 있다 보니 청년들에게도 이어졌다고 봐요. 거기에 더해서 일본 기성세대들이 일본 청년을 비판하는 말에는 '요즘 애들은 열심히조차 하지 않는다'는 말이 담겨 있어요. 떠돌이처럼 산다거나, 집안에 처박혀 산다거나, 뭐 그런 문화들이 있는데 참 일본 사람들이 다양한데 확실한 건 서로가 갖지 못한 걸 가진 거 같아요. 일본에 있는 게 한국에 없거나 혹은 그 반대 거나."

 

오늘날 청년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아직 저도 청년이다 보니 감히 제 자신에 비추어 추측을 해보자면 '청년에 대한 신뢰가 없는 거 같다'는 생각이에요. 우리 사회가 신뢰해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저는 청년이란 말도 별로 안 좋아해요. 이 말을 하는 순간 청년이란 게 따로 존재하는 객체가 되고, 호명되는 객체가 되는 효과가 있어요. 사실 청년이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사회 구성원이잖아요. 하지만 그걸 따로 논하는 순간 신뢰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족속으로 정의하려고 한다거나 그런 게 기저에 깔려있는 거 같아요. 이런 말에서 거부 의식이 조금씩 생겨나고 결국 불행해지는 원인으로 이어지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이런 말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중고등학생이 청년들 보고 청년이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청년을 청년이라 부르는 건 결국 어른들이죠. 그들의 욕망과 청년들의 욕망이 상호 간에 충돌하고 있는데 부와 권력 이런 게 전부 어른들이 우세하잖아요. 더 오래 산사람이 먼저 진입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걸 지도 모르겠네요. 거기서 문을 닫든가 사다리를 차 버리든가 하는 순서가 있을 테니까요. 아무튼 그런 대립이 조금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 워크숍의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하는 중인 최근 모습 / 참가자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모임인데 본인도 크게 성장하여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본인은 지금 행복한 편인가요. 어쨌든 잘 나가던 회사를 관두고 원하는 일을 하고 계신데.

"저는 행복해요. 나름 사명감이나 자존감을 잃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있거든요. 예전 일본 회사를 다닐 때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결국 원하는 걸 하는 느낌이죠. 기존의 틀은 부와 명예를 줄지라도 지금은 진짜 하고 싶은걸 해서 행복한 거 같아요."

 

본인의 장/단점을 꼽아보자면.

"장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호기심이 많아요. 거기에 그치는 게 아니고 그냥 바로 해버리는 성격이에요. 왜냐하면 영어도 제가 좌우명으로 생각하는 게 있는데 'Now or Never' 란 말이 있잖아요. 지금 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없다란 뜻이에요. 약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세상 일에 관여하는 성격이 장점일 수 있는데, 어쩌면 단점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흔히 말하는 장인 정신 같은 게 없는 거 같아요(웃음). 장인이란 건 뭘까. 인생을 걸고 다른 외부 요인에도 굴하지 않은 채 하나만 파는 느낌이 있는데, 제가 그러지는 못 하는 성격인 거 같아요. 서로 맞물려 있는 거 같네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굳이 내가 장인이 될 필요 없다. 다만 장인들을 돕거나 다른 사람들과 연결시켜드리면 그걸로도 충분할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한 마디로 각자의 역할이 다른 거죠"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아까 말씀드렸던 야스토미 아유미 교수님의 <단단한 삶>이라는 책이 있어요. 아주 작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어요. 목차도 총 8장인데 간단해요. '자유, 사랑, 화폐, 자기혐오 등 ~에 대하여'로 구성되어있어요. '자유가 선택의 자유를 의미하진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우리가 흔히 가능한 많은 선택할 수 있는 상태, 예를 들면 대학 갈 때 원하는 대학을 많이 선택할 수 있는 걸 자유라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자유를 식물에 비유하는 장면이 있어요. 식물이 좋은 토양과 양광 햇빛, 환경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상황을 놓고 자유라고 규정을 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건 어떤 많은 선택지를 앞에 놓고 선택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무럭무럭 자라는 방향, 그 방향을 느끼는 것이 자유라고 책에선 말해요. 그런 부분이 참 인상 깊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구절이 아주 쉽게 쓰여있어서 다들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우리가 기성세대고 청년이고 이전에 그냥 사람, 인간으로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청년이란 말이 탄생하는 순간 이미 배척을 당하고 있다고 봐요. 그렇게 묶어버림으로써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봐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부분이 있다면 '청년은 기성세대에 대해서, 기성세대는 청년에 대해서' 서로 조금 더 규정하려고 하기 이전에 서로가 '같은 사람'으로서 대하는 게 차이를 극복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첫 번째 수순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솔바로>

- 성북문화재단 정책협력팀

- '식당 하는 문화기획사' 창업 준비 중

- 일서 번역 《곤란한 결혼》,《누가 어린 왕자를 죽였는가》,《이상한 나라의 엘리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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