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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4)] 배준식
청년문화포럼 조회수:509
2018-12-28 14:42:22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살면서 세계 무대를 경험해보는 영광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진작 그 꿈을 달성하고, 20대 중반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한 청년이 있다.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매 순간 겸손함과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훈훈한 청년, 프로게이머 배준식 선수가 이번 주인공이다. 오늘만큼은 최정상 프로게이머가 아닌 '인간 배준식'을 들여다보기 위해 광화문 근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어느덧 8년차 프로게이머가 된  '세체원' 배준식 선수(Bang)


반갑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96년생이고 이제 24살을 앞두고 있는 배준식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프로게이머고요. 고1 때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내년이면 8년 차네요. 소속팀은 여러 곳이 있었는데 SKT T1으로 많이 기억하실 거 같고, 앞으로는 미국 LA에 있는 '100 씨브즈'라는 팀에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저도 게이머 출신이라 그런지 8년간 그 길을 걸으셨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사실 8년 차면 평범한 직장인이라도 오래 한 편이라고 생각하긴 해요 저도(웃음).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프로게임단의 하루 일과가 어떤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우선 제가 하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라는 게임이고 5명이 한 팀이에요. 보통 팀원들이랑 같이 연습을 하죠. 일과는 12시(정오)에 기상해서 4시까지 연습을 하고, 3시간 동안 밥 먹고 쉬다가 7시부터 11시까지 연습하면 일정이 마무리됩니다. 물론 이건 공식적인 거고, 보통은 다들 새벽까지 연습을 하죠."

 

저도 굉장히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쩌다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렇다고 프로게이머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게임도 잘 맞고, 학교 다니는 것보다 더 재밌고, 그러니 게임 한 번 제대로 해봐야겠다 마음먹은 거 같아요. 롤은 친구 권유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프로팀에서 테스트 제의가 왔어요. 그러다 보니 프로가 되고 오늘날까지 온 거 같아요."

 

본인은 재능과 노력, 어떤 거에 더 가까운 편인지.

"처음엔 노력이라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재능도 어느 정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말한 재능이 '게임 재능'을 뜻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똑같이 2시간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집중력의 차이가 있잖아요. 또는 무언가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나,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재능과 노력이 정확히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어요. '노력은 재능이고, 재능도 노력이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뭔가 말로 하기는 굉장히 어려운데, 서로 공존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요즘 게임을 분석해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스타는 '개인주의적'이었다면, 롤이나 오버워치는 '공동체주의적'이다. 요즘 게임엔 그런 철학적인 메시지도 많이 담겨있는 거 같아요. 그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롤은 팀 게임이라 특히 팀원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것도 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달라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서로 스트레스 받으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답이나 오답이 아니라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그걸 어떻게 수용하는지가 중요하단 걸 많이 느꼈어요."

 


ⓒ 어린 나이에도 수많은 세계 무대를 경험해온 그는 많은 감정들을 느껴봤다고 한다. / 사진 출처 INVEN


'모든 원딜의 교과서'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십니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세계 무대를 돌며 주위에서 많은 관심을 받다 보면 심적 부담감이 엄청났을 거 같아요.

"정말 거의 모든 감정을 느껴봤던 거 같아요. 희로애락 포함해서 부담감, 해방감 등 다양한 걸 느껴봤어요. 사실 경험이라든가 감정에 있어서 누구나 처음이 있고,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얼마나 그런 걸 잘 수용하고 닦아가는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프로게이머는 승부의 세계고 결국 한 팀만 우승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긴 해요. 그게 큰 무대일수록 심한데 사실 무대보다도 '준비하는 과정'이 특히 더 힘든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마치고 나서 해방감을 느끼잖아요. 그 해방감을 위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하듯이요."

 

공감해요. 부와 명예가 부각되다보니 그 과정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그리고 어느 분야나 성공하면 악플이나 비난을 안 받는 경우를 못 본 거 같아요.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텐데 지금은 뭔가 단단해보여요. 비 온 후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요.

 "어느 순간 무뎌진 거 같아요. 지금은 저를 완벽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난하는 거엔 스크래치도 안 가요. 저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아실 테니까요. 처음엔 '왜 나한테 이러지? 이유 없는 비난을 하지?' 이랬는데 지나서 보니까 '아 뭐 당연히 그런 거 같다. 어딜 가나 저런 사람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를 느꼈어요. 절대 그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냥 스스로 무뎌진 거 같아요. 하지만 저를 잘 아는 분들이 지적하시면 달라요. '아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죠. "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어떤 순간보다 저는 매 순간 생각하는 게 주변 사람들을 정말 잘 만났구나 하는 거에요. 주위에서 저를 잘 이끌어주고, 저도 그에 맞게 잘 받아들이려 노력하고요. 매년 시간이 흐를 때마다 배운 것도 정말 많았고요. 그래도 어떤 순간을 뽑아보자면 경기 다 마치고 여행을 갔던 순간들이에요. 사실 지나고 나서 기억에 남는 건 '아 내가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구나, 잘 살아왔구나' 이런 생각들인 거 같네요."

 

지금 일상에 행복함을 느끼시는지 궁금하네요.

 "행복해요. 매 순간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이제껏 슬럼프, 매너리즘을 겪으면서 많은 걸 느껴봤고 반대로 이룰 것도 이뤄보고, 좋은 팀원들도 만나보고, 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슬슬 보이는 거 같아 자신감도 생겨요. 앞으로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가치를 만들어가려는 상황에 재미도 느끼고요. 결국 '아 내가 하는 만큼, 뭔가 돌아오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다 보니 행복해요."

 

얼마 전 페이커 선수가 'e스포츠의 종주국 타이틀이 위험하다'라고 말한 걸 봤어요. 꼭 실력뿐만 아니라 여러 의미가 함축된 거 같아요. 게임 인식이 변해야 국가 차원에서도 더 투자를 할텐데 말이죠. 실제로 저는 NGO 활동을 하면서 게임 무시하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저는 게임을 굉장히 건강한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임하는 사람들은 게임밖에 모른다 이런 건 너무 잘못된 편견인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엄연한 스포츠고, 누군가에게는 쉽게 즐기기도하는 말 그대로 'e스포츠'라고 봐요. 축구도 즐기는 사람, 보는 사람, 하는 사람을 보고 '쟨 축구밖에 몰라' 이러진 않잖아요. 그래도 세대가 변하면서 점차 건강하게 보고 있단 느낌도 들어요. 제 또래만 봐도 게임을 오히려 축구나 야구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요. 세대차이가 약간 있는 거 같아요. 그렇다고 그들이 잘못됐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다만 '게임하는 사람들이 게임밖에 모르는 건 아니구나'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오래전부터 그는 고향 홍천에 기부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 사진출처 나태한 블로그


오래전부터 기부 활동도 해오셨어요. 그런 걸 보면 사회에도 관심이 많으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사회에 관심을 가지는 게이머들이 많지는 않기에, NGO 활동을 하는 제 입장에선 더 반갑게 느껴집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서 미취학 아동이나 고아원에 봉사 다니신 걸 많이 봤어요. 그 영향으로 저도 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을 많이 다녀봤거든요. 그런데 제가 어린 나이에 게이머가 되다 보니 이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부를 시작한 거 같아요. 사회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인 거 같아요. 그게 본인 문제가 아니잖아요. 아직까지도 제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가 있어요. 어머니랑 제가 같이 기부한 연탄이 어떻게 사용되었나 한 집 한 집 돌아다닌 적이 있는데 거기서 지인을 만난 거예요. 어머니께서 딱 그분을 보시자마자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슬픈 감정을 느꼈는데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조금 더 잘되면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단순히 저 혼자 잘되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돕다보면 굉장히 큰 힘을 얻기도 해요. 그래서 이런 활동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제 인생에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되는 활동인 거 같아요."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혹시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나요.

 "제가 감명 깊은 영화는 열 번까지도 보거든요. 가장 최근에 재밌게 본 건 'Crazy Rich Asians(2018)'이에요. 되게 재밌게 봤어요. 책 같은 경우에는 판타지를 좋아해요. 꽤 오래전에 본 책이긴 한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이 떠올라요. 읽으면서 엄청 다양한 걸 상상해볼 수 있었거든요. 그게 참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책은 글씨밖에 없지만, 머릿속으로는 마음껏 상상하는대로 그려갈 수 있다는 거?"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꼽아보자면.

 "장, 단점 모두 솔직한 거요. 제가 뭔가 확 올라왔다, 확 가라앉고 이런 게 심한 편인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듬어지는 거 같긴해요. 아 그리고 인생을 즐긴다는 게 장점인 거 같네요. 계속 꿈을 찾아가고, 나아갈 수 있는 활력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게 저의 장점인 거 같아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시는 편인지.

 "저는 프로게이머라 게임을 좋아해요. 다른 게임을 하지요(웃음). 이외에도 날씨 좋으면 운동하는 거도 좋아하고 볼링, 축구, 당구도 좋아해요. 친구들과 가볍게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파티를 한다거나, 축구 보면서 치킨을 먹는다거나.. 정말 그때그때 하고 싶은걸 하는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아 나는 이 사람을 응원해서 자랑스럽다, 이 선수는 응원할 가치가 있었다, 이 선수와 함께 한 시간들은 정말 좋았다.' 이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이게 제 목표이자 꿈이기도 해요. 누군가 저를 기억했을 때 '좋은 사람이었다. 응원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되는 게 저의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얼마 전 작사가 김이나 님의 영상을 봤어요. '일을 하시다가 문득 이런 걸 해보면 어떨까?' 그러다 꿈을 이루셨다는 내용이더라고요. 사실 저도 약간 모호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좇다가 성공한 케이스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모호한 꿈이 있어도 괜찮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고, 어떤 일을 하다 보면 모호한 것들도 생기잖아요. 그래서 뭔가 강제적으로 하기보다는 '매 순간을 즐기면서 살다 보면 자연스레 꿈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답니다.(웃음)"

 

 

<배준식>

-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닉네임 'Bang')

- 데뷔 2012년 올림푸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윈터

- 인스타그램 @junsik_bae_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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