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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3)] 박선지
청년문화포럼 조회수:458
2018-12-28 14:34:04

지난 청터뷰 모아보기 : https://brunch.co.kr/magazine/youthterview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말이나 행동을 실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주인공은 많은 사람들과도 탈없이 잘 지내는 부러운 능력을 가진 청년이다. 항상 해맑고 차분한 청년 '박선지' 양을 서울대입구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매사에 차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청년 '박선지' 님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에 재학 중인 박선지라고 합니다."

 

전기정보공학부가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거 같아요. 혹시 어떤 걸 배우는 곳인지.

"흔히 요즘 이슈가 되는 공대 분야를 전부 다뤄요. 쉽게 말해 인공지능, 신호 쪽을 배우고 있어요. 약간 포괄적으로 배우다 보니까 힘들긴 해도 무척 좋더라고요. 저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좋아했는데 요리나 그림처럼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그렇다고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잖아요. 그게 저의 제일 큰 고민인 거 같아요."

 

열정이 넘치시네요. 혹시 어떤 식으로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인가요.

"저는 맛있는 걸 먹으면 금방 행복해져요. 단순하죠. 스스로 뭔가 열심히 할 때도 뿌듯해요. 그리고 최대한 하고 싶은걸 다 해 보는 편인 거 같아요. 가만 보면 모든 걸 다 해야 하고, 잘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떤 책에서 '여행 가고 싶으면 여행 가고, 요리하고 싶으면 요리도 하고 그런 식으로 관심사를 계속 바꿔가는 게 제일 스트레스 안 받고 사는 것'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요. 저도 미래를 2가지로 나눠서 생각해봤어요. 하나는 제일 좋아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하고 나머지를 취미로 두던가, 아니면 이것저것 다양한 걸 해보는 방식으로요. 지금은 전자에 가까워요. 물론 나중에는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죠(웃음)."

 

공부를 좋아하는 분도 계시는군요.

"좋아한다기보단 공부를 잘하고 열심히 하면 보통 칭찬을 받잖아요. 그게 좋았던 거 같아요. 지금은 공부 별로 안 좋아해요. 사실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잠깐 방황했어요. 대학에 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할 게 없어지더라고요. 다음 목표가 없는 거예요. 어느 순간 할 것도 없어지고, 그러다보니 2학년 때까지 힘들어했어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 더 큰 목표를 설정하신 건가요.

"네. 정말 많은 동아리 활동을 해봤어요. 교육봉사, 요리, 춤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여행도 다녔어요. 그 와중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다양한 걸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제가 뭘 좋아하고, 뭘 못하는지 이런 것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취미도 많이 생겼고요."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면.

"작년 유럽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수능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순전히 제 힘으로 돈 모으고 계획해서 떠난 여행이었거든요. 그전까지 저의 힘으로만 해본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 대학 합격한 거나 동아리 활동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던 건 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년 여행만큼은 순수하게 저의 노력으로 이뤄낸 첫 결실이라 생각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네요."

 

유럽 여행은 어땠나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게 유럽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이었어요. 당시 해외에 대한 편견이 깨졌어요. 그 전까진 외국인이면 영어를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호텔 직원 아니면 영어를 못 알아듣더라고요. 이외에도 '영국 사람들은 신사적일 것이다', '독일인들은 콧대가 높을 것이다' 뭐 이런 편견도 전부 깨졌어요."

 


ⓒ 그는 유럽여행 당시 배경이 무척 예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일상까지 영향을 미쳤을 거 같네요.

"맞아요. 어릴 적엔 '누군가가 다른 사람하고 트러블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여행 후에는 '저 사람은 그 사람 하고만 안 맞는 거다'라는 식으로 생각이 변했어요. 원래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거기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지금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냥 나랑 안 맞는 거구나'라고 편하게 생각해요. 정신건강에 굉장히 이로운 거 같은데 어떻게 보면 정신승리죠 사실(웃음)."

 

아까 춤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던 거 같은데.

"학창 시절 때 좋게 말하면 어른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소심한 학생이었어요. 매일 반장 맡고, 선생님 심부름하고 그런 스타일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대학 와서 제가 춤 동아리 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춤 동아리 활동 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걸 봤어요. 평소 소심해서 자길 표현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던 친구가 춤추면서 본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경우도 있었지요. 저는 그래서 춤, 노래, 공연 같이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을 꼭 한 번쯤은 해보라고 늘 추천해요. 사실 제일 좋았던 건 전공 아닌 다른 친구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지금은 그 당시 친구들과 인생 친구가 되었지요."

 

자연스레 이어지는 질문인데 포럼 활동은 왜 시작하게 되셨는지.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했어요.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하나라도 배울 점이 있더라고요. 하다못해 '최소한 저렇게 되진 말아야겠다' 싶은 거라도요(웃음). 그래서 저는 많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아무래도 학교에만 있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양한 사람 만나는 걸 시간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나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사람은 크게 외향적/내향적인 스타일로 나뉘잖아요. 보통 외향적인 사람은 대화하면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고, 내향적인 사람은 주로 자신과의 대화를 즐기는 편이라고 봐요. 그런데 만약 내향적인 사람이 누군가에게 '사람들 만나는 건 시간낭비다' 이렇게 말하는 건 약간 무례한 거라고 생각해요."

 

교육 봉사 경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교사였던 적이 있어서 경험해봤는데, 문득 봉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요샌 정확히 모르겠지만 보통 선생님은 엘리트 출신인 분들이 많다고 봐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하던 분들이요. 그런 분들 입장에선 공부 못하거나, 사고 치는 아이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쉽진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학교엔 공부 못하고, 사고 치는 아이들이 더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신과 다른 환경 아이들까지도 전부 보듬어줄 수 있는 분들이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유럽에서 느꼈던 '편견을 깨는 것'과도 이어진다고 봐요. 특히 기득권에 있을수록 편견에서 벗어나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고 보는 거죠. 아무튼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제대로 느꼈어요."

 


ⓒ 그녀는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로 2가지가 있다고 한다. 먹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고, 그 과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 사회에서도 교육 제도에 관한 의견이 정말 다양하죠.

"우선 '교육 환경'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제가 봉사를 지방 위주로 다녔는데 이때 느낀 게 있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교육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었는데, 지방 아이들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 하는 느낌이었어요. 분명 그 친구들도 '정보를 알면 원하는 걸 잘할 수 있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작은 차이로 인해 아이들의 미래가 크게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어떤 멘토를 만나는지도 무척 중요한 거 같아요. 크게 영향을 받았던 인물이 있는지.

"외삼촌이요. 지금 연세가 많으신데도 여전히 효율적이고 프라이드 있게 일을 잘하세요. 요즘 말로 워라밸이라고도 하죠. 삶의 밸런스도 굉장히 잘 맞추시고, 가족들과의 시간도 잘 보내세요. 삶에 큰 영향을 주셨어요. 제 또래 중에서도 가끔 있어요. 제가 자기주장을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가끔 '이 친구는 자기 생각이 강하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에게서 자신감을 많이 배우는 거 같아요."

 

혹시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나 영화가 있나요.

"저는 'Me Before You(2016)', 'The Shape of Water(2017)', 'Call Me by Your Name(2017)' 이렇게 세 영화를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셰이프 오브 워터'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같은 물이라도 잔에 담은 물과 수조에 담은 물의 모양이 서로 다르듯이 인간도 현상보다 내면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도 없애려고 꾸준히 노력중이에요."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고요. 저는 모든 사람에게 딱 맞는 스타일은 아니라도, '걔 정말 별로였어' 싶은 사람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특정한 누군가'로 기억되기보다는 '모두에게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 어느정도 균형을 갖춘 사람이 되고 나면 아마 환갑쯤 되어있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박선지>

-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15학번

- 청년문화포럼 ICT위원장

- 인스타그램 @seonji.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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