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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의 청터뷰(2)] 청년 김명석
청년문화포럼 조회수:459
2018-12-17 10:00:25

지난 1화 '청년 김수련'편 : https://brunch.co.kr/@youthhd/123

사실 이런 뜨거운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했던 인터뷰가 막중한 책임감으로 다가올 정도로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청년들을 만나겠다는 각오를 실천하기 위해 2화 청터뷰를 빠르게 진행하게 되었다.

 

ⓒ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청년 '김명석'

 

살다 보면 그런 사람을 한 번쯤 만나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직 깊이 알지는 못 하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런 사람 말이다. 꽤나 신중한 사람 같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게 잡는 건 아닌듯한 그런 사람, 2번째 청터뷰 대상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앞으로 더 친해지고 싶은 청년 '김명석' 군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명석이라고 하고요. 대학교 졸업하고 평범하게 스포츠 마케팅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면접에서도 이렇게 했어요. 그래서 다 떨어졌지만요."

 

그래도 이번에는 붙으셨네요.

"아 물론, 그 뒤 질문에 대해서 많이 대답했어요(웃음)."

 

저번에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혹시 본인이 누군가의 영감을 받고 인생이 달라진 건가.(인터뷰 전 그는 도서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로 '타인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서'라는 말을 했다)

"인생은 이것저것 축적되어 변한 거 같지만, 크게 두 명 있어요. 아버지랑, 래퍼 빈지노 씨요. 두 분의 '마이웨이'가 정말 좋았어요. 최근 빈지노 씨의 인터뷰(Sellev)를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한국사회에 살다 보니 요구하는 게 많다. 30살쯤 되면 어떻게 되어야 한다. 이런 요구사항이 많아서 압박으로 다가왔다.'는 내용이에요. 인터뷰 말미에는 영감 이야기도 나와요. '우리 모두 누구에게 재미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냥 사람일 수도 있고, 까불거리는 사람일 수 있는데 어떻게든 영감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나도 주고받고 싶다'라고 말해요. 이걸 보고 저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싶어 졌어요. 물론 부정적인 영향은 싫고, 긍정적인 거요(웃음)."

 

문득 과거 빈지노 씨 모친(금동원 화가)께 빈지노 씨를 소개받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이런 답을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제 아들이지만 우린 서로의 삶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요. 말은 전하겠지만 쉽진 않을 거 같아요." 당시 저는 이 대답을 듣고 서로 얼마나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지 확실히 느꼈어요. 이후로 가족 전부가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정말 멋있죠. 그리고 빈지노 씨를 좋아한다고 하면 '서울대라서, 랩을 잘해서'라는 말도 듣지만, 누군가는 '여자 친구가 외국인이라 좋아하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 말이 제일 기분 나빴어요. 그런 건 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요. 가사에 진짜 아이덴티티가 담겼다고 느껴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모습에 제대로 꽂혔던 거 같아요."

 

지금 직장을 다니는 명석님은 아이덴티티를 잃었다고 보시나요.

"사실 저는 직업이랑 인생을 분리시키는 편이에요. 그래서 회사에선 저를 잘 안 드러내려고 해요. 그냥 밝고 유쾌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죠. 사람들이랑 잘 지내지만, 그 이상은 이야길 안 하는 편이에요. 그게 도움이 되는 거 같기도 하고(웃음). 회사에 꼰대 문화가 많진 않지만 어쨌든 튀면 불편해하거든요. 그래서 회사에선 최대한 놓고 살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저의 아이덴티티를 잃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거에 불편함을 느끼는 편인지.

"예를 들어 30살이면 결혼해야 하고, 몇 살 되면 졸업해야 하고, 또 어떤 건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불편했어요. 또 하나 불편한 건 사람들이 판단하기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자기도 잘 모르는데 혼자 남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걸 보면서 약간 의아했어요. 본인이 다 고결하지 않은데 그런 걸 인정 안 하는 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인에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거 같아요. 잘못된 거에 대해서 욕하고 비판하는 거야 그렇다 할 수 있지만, 자꾸 그 이상으로 가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요."

 

직접 느낀 것은 없었나요.

"저는 일상에서 잘 안 느끼는 게, 보통 한 귀로 듣고 흘리는 편이에요. 가족 외에는 남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재작년쯤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밖에선 그냥 잘 넘기는데 집에선 왜 이렇게 싸우지? 그게 가족은 남이라고 생각 안 해서 그런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제 바운더리를 침범하지 않게 할 수 있는데, 가족은 그게 안 돼서 그런 거 같아요. 밖에선 불편한 게 있으면 보통 바로 말을 해요. 그래서 지금 크게 기억에 남는 게 없네요."

 

ⓒ 미국 샌안토니오 UIW 교환학생 시절 축구 클럽 마지막 경기 후 헹가래를 받던 당시 모습

 

조금 다른 질문인데 청년문화포럼에는 왜 들어오셨나요.

"우선 다양한 위원회가 있어서 들어왔어요. 비슷한 환경 속에 있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면 더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직장 잘 들어가고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는 '인간으로서 내가 생각했을 때 괜찮은 사람이 되냐'는 거예요. 그러려면 다양한 분야 사람들하고 이야기 나누고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저의 껍질을 계속 깨야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군대에서도 깨졌고, 유럽 여행, 미국 교환학생 다녀오고도 깨졌어요. 어쨌든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며 영감을 받아야 저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해외에서 어떤 경험이 있었길래 본인을 깰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유럽여행도 처음 갔을 땐 별 감흥이 없었어요. 다녀와서야 껍질이 깨진 거 같아요. 마음이 조금 더 넓어진 느낌이랄까. 특히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웠어요. 미국 교환학생 다녀와서는 나이에 따른 권위에 대한 걸 다시 생각해본 거 같아요. 거기선 20살이나, 40살이랑도 친구거든요. 그리고 미국은 수업시간에도 누군가를 지목해서 질문하면 본인 생각대로 대답을 정말 잘해요. 우리나라는 아직 집단의식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조금 약한 거 같아요. 그래서 어느 정도 탈조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요."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 꼽아보자면.

"우선 저는 솔직하고 허세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게 장점인 거 같아요(웃음). 그리고 사람 좋아하는 거. 어지간하면 상대방의 좋은 점만 보려고 해요. 기본적으로 인간은 선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물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낙천적인 게 저의 장점인 거 같아요. 단점은 인생을 대충 살려는 성격이요. 어릴 적부터 그러긴 했지만 회사에선 안 그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그런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거예요. 이건 정말 고치고 싶어요."

 

긍정적으로만 살다 보면 본인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았을 텐데.

"아직까진 못 만나봤지만 안 그래도 평소에 '사기당하기 딱 좋겠다, 무조건 퍼줄 거 같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어요. 하지만 저는 악의를 가지고 오는 사람한테 제가 잃을 건 없다고 생각해요. 이게 오만한 생각일 수 있는데 저는 그 정도는 판별할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제가 돈이나 권력이 없는데 이 나이에 당할 게 있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요. 누군가에게 쉽게 퍼준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제 즐거움이라서 퍼주는 거예요. 친구들이 힘들어하거나 혹은 좋은 일이 생기면 잘 쓰는 편이에요. 나중에도 그 정도 여유는 가지고 살고 싶어요."

 

ⓒ 입이 찢어질 정도로 행복했다던 SK와이번스 김광현 선수와의 만남

 

멋진 생각 응원합니다. 혹시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 혹은 영화가 있다면.

"제가 북적북적이라는 독서모임을 했는데 취지가 뭐였냐면 '책을 읽고 싶은데 안 읽는 사람들의 모임'이었어요. 그 당시 기억에 남는 게 3권 있어요. 먼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에요. 교훈을 얻을게 많았던 책이에요. 특히 삶의 태도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어요. 두 번째로는 이라영 교수님의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라는 책이에요. 어떤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 불편함 이런 걸 다룬 책인데,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이 깨달았던 거 같아요. 소수자들이 어떻게 약자가 되고, 어떤 영향을 받는지가 나와요. 특히 약간 과도기에 있는 분들이 보시면 심정적 공감 정도는 하실 거 같아요. '저 사람들 말이 맞기도 한데 기분이 나빠' 이런 분들이요. 마지막으로는 『논어』에요. 아직 원서를 읽진 못했지만, 해석본으로 4~5번 정도 본 거 같아요. 유교에서 성인들이 말씀하신 걸 보면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가지신 거 같아요. 어느 시대나 적용할 수 있는 그런 교훈들이죠. '소나무가 푸른 줄 알려거든 겨울에 봐라', '군자는 자기에게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해야 한다', '세명이 걸어가면 그중 한 사람은 내 스승이다' 같은 이야기들이 정말 와 닿았어요. 사실 유교를 꼰대같이 보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그건 유교 잘못이 아니고 시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역시 굉장히 철학적인 분이셨네요. 약간 딴 이야기인데 오늘날 청년이 불행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부모님 세대는 경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잖아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세대,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가족도 꾸리고 집도 사고 언젠가 중산층으로 갈 수 있었던 세대라고 봐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그 경제발전의 열매는 다 먹었고 이제 내려오는 일 밖에 안 남은 시기라고 봐요. 그것 때문에 청년들의 박탈감이 상당히 심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다양한 정보가 여기저기 공유되면서 비밀이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사회를 바라보면 박탈감이 더 커지는 거죠. 예를 들어 '난 아무리 해도 이 정도인데,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해도 잘 먹고 잘 사네?' 그런 거요. 그렇다고 청년들에게 박탈감을 느끼지 말라고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런 박탈감을 줄이려 노력해야겠지요. 그런 걸 최소화하려면 정말 최소한의 공정성이 지켜지는 사회가 돼야 할 것 같아요. 부를 이을 순 있어도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저는 나중에 금전적 여유가 되면 공부 열심히 해서 그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 사회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걸 연구하는 거요. 가만 보면 특징들이 있잖아요. 일제시대 잔재, 유교문화 이런 건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같고, 저는 그게 다가 아니라고 봐요. 독일만 봐도 파시즘 이런 게 팽배했는데 지금 보면 일본하고 정반대잖아요. 같은 전체주의 희생양인데 말이죠. 물론 그러려면 철학, 역사 이런 걸 전부 공부해야 할 테니 힘들겠지만 말이죠. 말 그대로 진짜 꿈이에요(웃음). 저의 작은 바람."

 

김명석

- 現 스포츠마케팅 회사 재직

- 現 청년문화포럼 마케팅위원회

- 인스타그램 @Nasri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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